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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눈’으로 본 『썸머 워즈』과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코멘트. [일본 애니메이션]

【미르기닷컴】 일본에서 지난 2009년 8월 1일, 그저께…가 아니라 벌써 3일 전이 되었군요. 아무튼 8월 1일에 개봉한 『썸머 워즈』(로마자 표기법으로는 『서머 워즈』겠지만)를 보고 왔습니다. 내용이야 어차피 2009년 8월 13일에 개봉할 테니까 그때 보시면 되겠고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 글에서는 내용에 관해서는 자세히는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절대 요만큼도 내용을 알기 싫다 싶으신 분들은 【이어지는 내용】 이후로는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썸머 워즈』 기자회견에 참석한 호소다 마모루 감독. (2009.08.03/촬영:mirugi)

『썸머 워즈』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로 주목을 받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첫 장편 오리지널 작품인데요. 각본을 맡은 오쿠데라 사토코, 캐릭터디자인의 사다모토 요시유키 등 『시간을 달리는 소녀』 스태프의 참가가 눈에 띕니다.

『썸머 워즈』 일본 공식사이트에는 각계의 응원 메시지가 적혀 있는데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원작자 츠츠이 야스타카를 비롯하여 『시간을 달리는 소녀』 1983년도 실사판의 감독이었던 오오바야시 노부히코 감독, 스튜디오 지부리 작품의 프로듀서를 다수 맡았던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 그리고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타카시, 『크레용 신짱 폭풍을 부르는 맹렬! 어른 제국의 역습』과 『갓파 쿠와 여름방학』의 하라 케이이치 감독, 『GOTH』와 『ZOO』의 소설가 오츠이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시리즈의 소설가 타니가와 나가루, 일본의 대형 인터넷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이트 「믹시(mixi)」의 사장인 카사하라 켄지씨 등이 『썸머 워즈』를 응원하는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저로서는 이 작품에서 BL적 요소를 그다지 기대하고 가지는 않았습니다. 주인공 코이소 켄지의 성우를 맡은 카미키 류노스케의 목소리 연기 정도에나 관심을 가졌던 정도죠.

카미키 류노스케는 1993년생의 일본 배우로 12세이던 2005년 『요괴대전쟁』으로 영화 첫 주연을 맡았는데,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마르쿠르 성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카미키 류노스케의 목소리 연기로 최근에 인상적이었던 것은 『피아노의 숲』의 도련님 피아니스트 아마미야 슈헤이, 그리고 얼마 전에 봤던 『도라에몽 노비타의 공룡 2006』의 피스케역이었고요.

하지만 정작 『썸머 워즈』를 봤더니, 일본을 대표하는 소년 배우였던 그도 벌써 16세, 한국나이로는 17세가 되어 이제 ‘소년’이라는 호칭이 어울리지 않는 어엿한 청소년이 되어 있더군요. 그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단숨에 날려버릴 만큼 엄청난 캐릭터가 있었습니다.





바로 13세의 천재 격투게이머 이케자와 카즈마군! ‘킹 카즈마’란 이름의 아바타로 세계 격투 챔피언으로 활약하고 있는 소년인데, 얘가 너무 엄청난 것입니다.

이케자와 카즈마군은 이렇게 생겼는데, 보시다시피 ‘검은 피부의 건강 미인’ 캐릭터로서 전형적인 시골 소년 타입입니다. 머리는 장발! 더운 여름이라 반바지에 노슬리브 셔츠! …이건 아무리 봐도 노린 듯한 설정이 아닌가!

게다가 성우는 타니무라 미츠키라고, 1990년생의 여배우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도 후지타니 카호라고 코스케한테 고백하는 얌전한 후배로 잠깐 나온 캐릭터의 성우를 맡았죠. 하지만 그보다도 개인적으로 타니무라 미츠키씨에 관심이 가는 점은, 2006년도에 개봉한 『은하철도의 밤 I carry a ticket of eternity』 실사영화에서 주연 죠반니 역을 맡았다는 점입니다! 『은하철도의 밤』이라면 일본이 낳은 동화작가 미야자와 켄지의 전설적인 BL동화로서, 죠반니와 캄파넬라 두 소년이 펼치는 사랑 우정의 이야기가 아름답게 그려져 있는 작품이죠.

(참고로 일본을 대표하는 양대 ‘BL동화’로서 제가 추천하는 작품이 바로 미야자와 켄지의 『은하철도의 밤』, 그리고 키무라 유이치의 그림책 『폭풍우 치는 밤에』입니다. 『폭풍우 치는 밤에』는 2006년에 국내에서도 애니메이션판이 개봉되었으니 보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이케자와 카즈마군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전술했듯이 이 친구의 성우는 여배우인데, 그 부분은 무려 우에토 아야가 성우를 맡았던 『피아노의 숲』 주인공 이치노세 카이군을 연상케 합니다. 『피아노의 숲』도 원작과 애니메이션 양쪽 모두 미소년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중요 작품이었죠.

『피아노의 숲』의 이치노세 카이는, 어려서는 주변 어른들(男)한테 정조의 위기를 맡기도 하고, 다 커서도 여장하고 피아노를 치는 등 실로 엄청난 캐릭터입니다.


이케자와 카즈마군도 타니무라 미츠키씨가 성우를 맡아 좋은 모습(내 기준으로;)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작품 초반에는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이게 ‘좋은 모습’의 기준이란 말인가….)

만화였다면 ‘스크린톤 피부’였을 카즈마군의 건강한 피부와, 그 피부를 아낌없이 노출하고 있는 그 패션. 그리고 격투게임의 천재 플레이어에, 게임 개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능력자! 하지만 그 반면 한때 ‘이지메’도 당했다는 어두운 성격의 소위 ‘쿨 뷰티’. …이 모든 것이 바로 내 취향….





…하지만 겨우 그 정도(?)였다면 제가 이렇게 글까지 쓰진 않았을 겁니다.

요즘은 핀포인트로 마음에 드는 미소년 캐릭터가 생겼다고 해도, 「신세기 미소년 전설」 칼럼을 연재하던 10년 전과는 달리 그래도 나이가 좀 더 들어서인지 굳이 글을 쓰지 않고 그냥 혼자서 좋아하고 마는 경우도 많았거든요. 『피아노의 숲』을 보고도 그랬고, 사실상의 BL 애니메이션이나 다름없었던(…) 『스트레인저: 무황인담』를 보고도 그랬고…. 작년 봄에 한국 개봉되었을 때 봤던 『브레이브 스토리』의 아시카와 미츠루도 상당히 취향의 쿨 뷰티 미소년이었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까 결국 특별히 글은 안 쓰고 지나갔죠.
▲『브레이브 스토리』 2008년 3월 한국 개봉 당시의 수입사 보도자료. 수입사에서는 아마도 ‘쿨 뷰티’라는 전문(?)용어를 알지 못했을 테니(알더라도 공식 프레스자료에 쓰기도 어렵겠지만), ‘냉혈 미소년’이라고 표현한 듯. 그러나 보도자료에서조차 ‘냉혈 미소년’이니 ‘완소 미소년’이니, 계속해서 ‘미소년’임을 강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2008.03.10/촬영:mirugi)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렇게 ‘카즈마 모에’를 글로 쓰게 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기자회견에서 밝힌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초 의미심장한 한 마디!





“카즈마도 섹시하게(色っぽく) 보이려고 했고….”

…뭐, 뭣이!?


섹 시 하 게 !?


…아니 왜! 13세의 건강미 넘치는 시골 남자아이를, ‘섹시하게’ 보일 필요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그 안에 무슨 연출 의도가!;;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 들은 것 아닌가 싶어서, 긴가민가 했는데 같이 보러 갔던 분도 분명히 호소다 감독이 ‘이롯포쿠(色っぽく)’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지 않습니까. …호소다 감독이 전세계의 미소년 캐릭터 팬들을 노리려는 목적이었을까요?;; (설마 그럴 리가)


그러고보면 내용을 잘 돌이켜보니 어째 주인공은 이 작품 전체를 통해, 정작 여주인공 나츠키양보다도 카즈마군과 더욱 신뢰 관계를 쌓은 것처럼 보입니다. 게다가 카즈마군의 노슬리브 복장 때문에 겨드랑이가! 가슴이! 슬쩍슬쩍 비치기도 했고요. 거기에 가장 중요한 장면은!!!

그때까지 ‘쿨 뷰티’를 유지하던 냉미소년 카즈마군이 분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무너져 내리는 장면! (…)


…역시 천재에 재능도 많고 성격도 냉철하고 여자한테도 관심이 없는 쿨 뷰티 냉미소년이라면, 한 번쯤은 갑자기 좌절하면서 난 안돼, 안될 거야 이래줘야 하는 법이죠. 그럴 때 콤비가 되는 열혈 주인공 타입이 근거없는 자신감+태양과도 같은 밝은 마음으로 쿨 뷰티 냉미소년에게 용기를 주면, 둘의 관계는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소년만화의 왕도! (내 기준으로)





어쨌거나, 미소년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체크가 필요한 작품이었습니다, 『썸머 워즈』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애니메이션을 그냥 좋아하는 팬일 경우에는…. …뭐 그런 분께도 그다지 나쁘진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만큼 팬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조금 모르겠네요. 약간 매니악한 내용이기도 하고…. 호소다 감독은 ‘한국의 시골 풍경도 비슷하지 않나 싶으니 한국 관객들도 동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지만, 『썸머 워즈』에서 그려진 모습들은 풍경 말고도 여러 가지 면에서 (한국과 전혀 다른) ‘전형적인 일본’이라는 느낌이라서요. 한국 관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을지도 조금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쉽지 않은 ‘구가(舊家)’의 어감이라든지, 작중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하는 코시엔(갑자원) 지역대회 같은 것들…. (←코시엔 본대회가 아니라 지역대회라는 점이 포인트.) 그밖에도, 하나하나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테니 넘어가겠습니다만 여러 면에서 그런 ‘전형적인 일본’이란 느낌이 드러납니다. 한국 관객들에게는 약점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미소년 캐릭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전작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국내에서 관객동원이 솔직히 많다고는 하기 힘들었는데요. (스크린수를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애초에 스크린수가 적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관객동원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다는 의미니까 별로 위안거리는 되지 못합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도 『썸머 워즈』는 한 번쯤 보러 가면 어떨까 싶네요.





…아무튼 마지막으로, 카즈마군의 에로틱은 소년이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소녀였다면 나타날 수 없었던) 것이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마 호소다 감독의 “카즈마 섹시” 발언도 그 점을 처음부터 의식하고서 만들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네요….

무슨 말인지는 보시면 알 겁니다. (미소년 캐릭터 팬이나 BL팬이라면.)
(카즈마군 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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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mirugi 2009/08/04 04:05 # 답글

    아, 그리고 이 글에선 자세히 안 다뤘지만, 카미키 류노스케가 목소리를 맡은 남자주인공 코이소 켄지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나 켄지×카즈마는 뭔가 좀 애매한데. 하지만 카즈마가 공이 되는 것은 조금 안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카즈마나 켄지나, 각각 단독으로 더 맘에 드는 듯….)
  • 네오바람 2009/08/04 08:22 # 답글

    성우가 완전 여자애 처럼 연기를 해서 처음에 갔을땐 여자앤줄 알았습니다... 만 그냥 끝까지 여자로 알고 있기로 했습니다(뇌내보완)
  • mirugi 2009/08/04 09:06 #

    전작에서는 여자아이 역할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본래는 그냥 여배우이기도 하고…. 남자아이 성우를 한 것은 처음인 듯?
  • K-ON 2009/08/04 08:55 # 답글

    BL의 시선을 따라잡기 힘들었습니다;-_-b
  • mirugi 2009/08/04 09:07 #

    예, BL이나 미소년 캐릭터 팬이 아니라면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래서 제목에부터 써놨던 것입니다만….;
  • 地上光輝 2009/08/04 09:08 # 답글

    제가 참여한 시사회에서는 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 같은데...저런 '무서운' 이야기가 오고갔다니 제대로 듣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 mirugi 2009/08/04 09:24 #

    일본인 기자 분의 “수많은 캐릭터들 중에서 애착이 있던 것은?”이란 질문에, 호소다 감독이 주인공들과 할머니 등을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생각에 잠기시더니 중간에 카즈마도 떠올리면서 저렇게 말하더군요.

    저 부분까지 번역되어서 올라올 매체가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러고보면 그 날 통역이 좀 의역이 많기도 했는데, 나도 직접 한 번 재정리해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 Silver 2009/08/04 09:54 # 답글

    언능 개봉했으면 좋겠습니다 ㅠ
  • mirugi 2009/08/05 00:28 #

    조금만 기다리면…. ^^
  • 흐르는 물 2009/08/04 12:16 # 답글

    중간에 어머님의 '오빠' 발언이 나오기 전까지는
    쿨싴한 시골 미소'녀'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쇼크...
    그냥 끝까지 여자로 알고 있기로 했습니다(2)
  • mirugi 2009/08/05 00:28 #

    일본에서도 그런 반응이 많더군요. “오니이상”에서 알았다고….
  • 현이 2009/08/13 19:06 # 삭제 답글

    미르기님의 이 글을 보고, 무지무지 기대했는데, 대·만·족 했습니다.
    카즈마의 노슬리브도 좋았지만, 마지막 장면의 교복 차림에 푹 빠져버렸네요.
  • mirugi 2009/08/14 17:56 #

    다행입니다. ^^
  • may 2009/08/16 12:45 # 삭제 답글

    계속 여자아이로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 "오빠가 될 테니까"에서 엄청난 대혼란이었습니다.생각해 보니 남자아이인 편이 더 모에라고 판단되네요.
  • mirugi 2009/08/17 08:54 #

    그렇죠!
  • 2009/08/17 13:32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mirugi 2009/08/18 12:15 #

    픽시브엔 벌써 꽤 올라왔던데요. 조회수나 북마크 수도 벌써 적지만은 않던데…. 극장판이니 장기간 대세가 되긴 힘들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이미 충분한 인기 캐릭터…. ^^
  • Yamayuki 2009/08/18 14:09 # 삭제 답글

    하아하아에 줄그을 필요따윈 없습니다 카즈마는 그저 학학 거릴만한 캐릭터ㅋㅋㅋ제가 워낙 미소년 캐릭터를 좋아해서 카즈마 나오자마자 학학거리면서 카즈마나올때만 아주 좋아가지고 발악을 했씁니다 주체할수가 엄서요ㅋㅋㅋㅋㅋㅋ
  • Yamayuki 2009/08/18 14:11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 여캬라고 느끼진 않았지는 않았는데.. 눈물흘릴때 뭔가 위로(?!!?)가은거 해주고 싶었슴요^^ 근데 겐지(켄지)가 안아주면서 위로 햇다면 좋았을텐..죄송합니다
  • mirugi 2009/08/19 14:37 #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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